극한 기상 현상과 원인 규명
1)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극한 기상 현상
기후변화는 이곳이 아닌 다른 어딘가에서 미래의 어느 시점에 일어날 일이 아니고, 지구 평균 온도 등의 전문 용어로만 존재하는 추상적인 개념도 아니다. 기후변화는 바로 지금, 여기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현상이다. 이것은 완전히 망상에 빠진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전 세계 모든 지역이 계절이 달라지고 빙상이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높아지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똑똑히 목격하고 있고, 대다수 사람들은 극한 기상 현상을 겪으면서 기후변화를 직접 체험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야 기후변화가 날씨에 미치는 영향을 일상적으로 목격하게 되었지만, 기후과학자들과 기본 물리학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기후가 따뜻해지면 폭염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한파 발생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을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
대기 온도가 상승할수록 대기가 수증기를 더 많이 품기 때문에 폭우가 더 강해진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기후가 따뜻해지면 폭염이 더 심각해진다는 것도 알았다. 우리가 지구 온도를 더 빠르게 끌어올리면 극한 기상 현상이 더 빠르게 강화된다는 것도 알았다.
대기의 구성을 변화시키는 우리의 행동은 지구를 더 따뜻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대기 순환까지 바꿔 놓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기상 시스템이 형성되는 장소와 방식, 작용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이런 변화는 온난화로 인한 영향을 증폭시키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극한 기상의 발생 확률을 낮추는 정반대의 효과를 빚어낼 수도 있다.
기후변화의 두 가지 양상, 즉 온도 상승과 대기 순환은 복잡한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양상 서로 어떤 영향을 미쳐 폭풍과 열대성 저기압 등의 극한 기상을 빚어내는지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2) 극한 기상 원인 규명을 위한 노력
우리 능력으로는 이처럼 복잡한 사건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밝혀낼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최근에 부상한 극한 기상 원인 규명 과학이 바로 이런 일을 진행하고 있다. 원인 규명 과학이 하는 일은 이론적으로는 간단하다. 기후변화가 진행되는 세계에서 어떤 기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지 추정하고 이 기상 현상을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기상 현상과 비교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방법을 시행하려면 기상 관측 자료와 특정한 극한 기상 현상에 대한 신뢰도 높은 시뮬레이션을 보장하는 기후 모형을 확보해야 한다. 폭염 및 폭우와 관련해서는 대부분 이런 조건의 확보가 가능하고 가뭄과 관련해서도 어느 정도는 가능하지만, 바람의 요인을 고려해야 하는 기상 현상과 관련해서는 이런 조건을 확보하기 어렵다.
지난 10년 사이에 원인 규명 과학은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고, 많은 개별 기상 현상에서 기후변화가 미친 영향을 밝혀내면서 최근 IPCC 보고서가 다룬 중요한 연구 결과, 즉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가 이미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기상 및 기후와 관련된 수많은 극단적인 현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3) 극한 기상 원인 규명과 성과
원인 규명 과학 덕분에 폭풍이 발생할 때 동반하는 강우량이 기후변화가 없을 때의 강우량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2017년에 발생한 허리케인 하비는 텍사스주 휴스턴을 물바다로 만들었는데, 만일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하비가 동반한 강우량은 현실의 강우량보다 15퍼센트 적었을 것이다. 15퍼센트라는 비율이 대단찮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피해액으로 환산하면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가 한 차례의 폭풍에서도 파국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게 더 분명해진다.
하비가 동반한 강우로 인한 추정 피해 급 액은 총 900억 달러인데, 이중 670억 달러가 기후변화 때문에 추가된 강우 때 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것은 경제적 피해만을 따진 것이고, 사망과 생업 파괴 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수량화하기는 훨씬 더 어렵다. 그런데 이런 재해는 개개인에게, 특히 사회 취약 계층에게 상당히 큰 타격을 준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역시 폭풍의 파괴력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대부분의 폭풍은 바다에서 세력을 키운 뒤 육지로 상륙할 때 폭풍해일을 동반하는데, 해수면이 상승함에 따라 폭풍해일의 위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상승은 앞으로 수백 년 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허리케인 센디가 뉴욕을 강타했을 때 폭풍해일로 인한 추정 피해액이 무려 600억 달러였는데, 이 중 80억 달러가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가 일으킨 해수면 상승 때문에 빚어진 피해액으로 추정된다.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중단하더라도 해수면은 계속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 중단을 서두를수록, 해수면 상승 속도는 느려질 것이고 도달하는 최종 해수면 수위도 낮아질 것이다. 지구 온난화는 폭풍 시스템이 해양과 대륙을 건너 이동하는 속도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자료 확보가 가능한 모든 해양에서 폭풍의 이동 속도가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폭풍의 이동 속도가 느려지면 어느 한 곳에 퍼붓는 비의 양이 더 많아질 수 있다. 물리학과 통계, 관측을 통해 얻은 모든 정보를 종합하면,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폭풍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없을 때보다 훨씬 큰 파괴력을 발휘한다.
각각의 극한 기상 현상에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정책결정자는 재해 발생 이후 재건을 추진하고 미래에 닥칠 극한 기상의 영향에 대비하려고 할 때 이 귀중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보를 이용할 권한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2019년 모잠비크를 황폐화시킨 사이클론이다, 2020년 방글라데시와 인도를 강타한 사이 클론 암반 등의 원인 규명과 관련해서, 기존의 기후 관련 모형은 부적합하거나 남반구 과학자들이 이용하기에 적절치 않거나 아예 이용조차 하기 어렵다.
날씨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가 무엇에 가장 취약한지 등과 관련한 지식은 대부분 북반구의 연구와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지구가 빠른 속도로 온난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지식과 정보의 불평등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폭풍이 재앙이 되느냐 마느냐는 폭풍이 지나는 경로에 누가 있고, 무엇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 기후 시스템의 변화는 대부분 선형적으로 일어나지만, 그 영향과 피해는 결코 선형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기후의 작은 변화가 파국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천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양 산성화와 해양 생태계 (0) | 2025.01.21 |
---|---|
가뭄과 홍수는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0) | 2025.01.20 |
북극 온난화와 제트기류 (0) | 2025.01.18 |
구름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중요한 영향 (0) | 2025.01.17 |
대기 오염과 에어로졸 (0) | 2025.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