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오염과 에어로졸

화산 분출

대기 오염과 에어로졸

1) 에어로졸은 무엇인가?

야외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하늘을 보면 연기가 뭉게뭉게 솟구쳐 오른다. 연기는 빙그르르 돌면서 위로, 사방으로 퍼져가다가 점점 옅어져서 마침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실제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에어로졸의 일종인 연기 입자는 공기를 타고 떠돌면서 며칠 만에 먼 곳까지, 그리고 대기 상층까지 이동할 수 있다.

 

대기 상층으로 올라간 연기 입자는 날씨와 기후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우리의 산업활동에서 배출되는 에어로졸 (연기 입자처럼 대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 입자)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농도가 증가한 탓에 일어나는 가열 효과의 상당 부분을 효과적으로 상쇄한다. 만약 우리가 공기와 하늘을 깨끗이 정화해 에어로졸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2) 에어로졸의 생성 과정과 기후에 미치는 영향

우리가 대기로 뿜어내는 건 비단 온실가스만이 아니다. 에어로졸은 불을 사용하고 산업을 유지하는 인간 활동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오늘날 모든 종류의 연소 과정에서, 도로 교통과 산업에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선박과 비행기에서, 그리고 그 밖의 많은 활동에서 에어로졸이 생성된다.

 

대기 중에 배출된 이산화황 등의 기체가 산화할 때 도 에어로졸이 생성된다. 에어로졸은 인간과 동물에게 해를 입힌다. 에어로졸은 대기 오염의 주요 구성요소이며 세계 전역에서 조기 사망을 야기하는 주요한 원인이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에어로졸이 온실가스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특이하다. 공기 중에 떠 있는 에어로졸은 엷고 성긴 구름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즉 우주에서 들어오는 햇빛의 일부를 우주로 반사해 지구 온도를 낮추는 효과를 낸다. 또 공기 중에 에어로졸이 있으면 구름이 만들어질 때 구름 입자가 더 작은 크기로 더 많이 생성되기 때문에 구름이 더 희어지고 빛을 더 많이 반사해 지구 온도를 낮춘다. 이처럼 에어로졸은 이중으로 지구 표면 온도를 낮추는 효과를 낸다. 우리는 해마다 많은 양의 에어로졸을 배출하고 있고, 이 에어로졸은 지구를 식히는 데 크게 기여한다.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 기온이 1850~1900년 평균 기온보다 약 1.1도 상승했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IPCC의 최신 보고서는, 인간이 대기 중으로 배출한 물질이 온실가스뿐이었다면 1.1도가 아니라 최소 1.5도 이상 기온이 상승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 차이는 주로 우리가 배출하는 에어로졸 때문에 나타난다. 우리가 배출하는 에어로졸은 지구 평균 기온을 0.5도가량 식히고 있고 또 비의 지리적 패턴, 몬순 시스템(Monsoon: 계절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규칙적으로 바뀌는 기후 현상), 극한 기상 등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할 때는 에어로졸과 이것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게 필수적이다. 그러나 에어로졸의 작동 방식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에어로졸이 어떤 원천에서 얼마만큼 생성되는지는 잘 알고 있지만, 에어로졸이 어디서 이동해 오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또 대기에서 어떤 화학반응을 거치는지, 구름 및 강우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최종적으로 어디로 가는지도 잘 모른다.

 

또 일부 에어로졸은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움직여 기후를 냉각시키는 대신에 가열한다. 모닥불에서 나오는 연기처럼 짙은 색을 띠는 에어로졸은 햇빛을 반사하지 않고 햇빛을 잡아두어 주변 공기를 가열한다. 이 과정은 비의 형성을 방해하고 구름과 바람 패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짙은 색의 에어로졸이 눈 위에 달라붙으면 표면 온도가 따뜻해져서 눈의 반사도가 줄어들고 눈이 더 빨리 녹는다.

3)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에어로졸 대책

이런 모든 세부 사항은 우리가 배출하는 물질이 현재와 미래의 기후에 미치는 전체적인 영향을 파악하려 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에어로졸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가 진행 중이고, 새롭고 흥미로운 사실이 자주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 활동 때문에 생성된 대기 중 에어로졸의 양이 변하면 날씨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게 틀림없다는 것이 과학계의 예상이지만 아직 인과관계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지구 대기 중 에어로졸의 양이 향후 몇 년간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한다. 지구 온난화가 주요한 환경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데, 에어로졸이 냉각 효과를 낸다니 에어로졸의 양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더 늘리자는 제안에 귀가 솔깃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적절한 대책이 아니다. 대기 오염은 건강에 해를 끼치는 위험한 요인일 뿐만 아니라. 석탄화력발전소, 구형 디젤 자동차와 화물선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원천에서 에어로졸이 함께 배출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배출 영점화(Net Zero)를 달성하기 위한 경로를 걷는 것 자체로도 우리는 더 깨끗한 하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이미 에어로졸 배출 감축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산화황을 대량 배출해 온 중국은 최근 들어 유럽과 미국이 수십 년 전에 걸었던 경로를 따라 이산화황 배출량을 대대적으로 감축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경을 지키고 더 나아가 기후를 지켜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렇게 대기 질 개선이 이루어지면 특정 지역에서는 일시적으로 기후변화가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에어로졸의 냉각 효과가 사라지면 지구 전역에서, 그리고 배출원 인근 지역에서 표면 온도가 가파르게 상승해 더 강력하고 더 빈번한 폭염이 발생할 수 있고, 극단 적인 집중호우가 더 자주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세계의 일부 지역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급속한 산업화를 진행하는 일부 국가에 서는 더 효율적인 오염 제거 기술을 도입하지 않는 한, 에어로졸 배출량과 대기 오염 농도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과학자들이 기후변화의 진행 양상을 연구할 때 사용하는 시나리오에는 전 세계가 배출하는 에어로졸 양의 가능한 변화 범위가 포함된다.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수십 년 내에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할지 정확히 알 수 없듯이, 에어로졸을 얼마나 배출할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에어로졸은 미래 기후에 대한 불확실성을 낳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우리 인간은 여러 방면에서 복잡한 방식으로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이지만,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는 에어로졸이 온실가스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다. 에어로졸은 지금까지는 지구 온난화를 어느 정도 억제하는 효과를 내왔지만, 우리가 기후 중립 사회로 전환해 감에 따라 에어로졸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우리는 이런 변화가 기온과 강우, 극한 기상 등과 관련해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인간과 자연에 미치는 모든 영향을 빠짐없이 대비하려 할 때 에어로졸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만큼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