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구는 지금 열병을 앓고 있다
1) 지구의 열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로 인간은 이산화탄소와 같이 강력하게 열을 가두는 성질을 띤 여러 가지 기체를 갈수록 많이 배출해 왔다. 이런 기체들은 마치 지구를 감싼 담요처럼 지구의 열이 우주로 방출되지 못하게 가두었고, 그 탓에 지구에는 점점 더 많은 열이 쌓였다. 지구 평균 기온이 계속 오르고 있는 이유이고, 우리가 기후변화를 가리켜 흔히 지구 온난화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은 지구 온난화라기보다는 Global Weirding(온난화로 인해서 지구 기후가 기괴하게 변함)이다. 날씨를 주사위 게임에 비유해 보자. 주사위 두 개가 모두 6이 나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폭염이나 홍수, 폭풍, 가뭄 등 특정한 극한 기상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10년 20년, 해를 거듭할수록 기온이 줄곧 상승하면서 주사위 두 개가 모두 6이 나오는 일이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 급기야는 주사위 두 개가 모두 7이 나오기도 한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지구가 기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던지는 날씨 주사위는 종종 우리에게 충격을 안긴다. 우리가 유난히 심각하게 느끼는 충격이 바로 폭염이다. 요즘에는 극심한 더위가 예년 보다 일찍 찾아와서 더 늦게까지 이어진다. 폭염이 더욱더 뜨거워지고 강력해지고 있다.
과학자들이 기후변화가 폭염을 얼마나 악화시키고 있는지를 수치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2003년에는 평년보다 10도 이상 높은 기록적인 폭염이 서유럽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 폭염은 스위스의 빙하를 녹여 돌발 홍수를 일으키고, 숲에 화재를 일으켜 포르투갈 숲의 10퍼센트를 젯더미로 만들고 7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폭염 발생 확률이 두 배 높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 기후변화의 심각성
20년이 지난 지금은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다. 2021년 여름, 맹렬한 폭염이 캐나다 서부와 미국을 달구었다. 브리티시컬럽비아주 리튼 마윈은 사흘 연속 캐나다 최고 기온을 기록했고, 사흘째 되는 날은 기온이 49.6도까지 치솟았다. 그다음 날 발생한 산불은 기록적인 더위와 건조한 날씨 탓에 위력을 키워 온 마을을 거의 젯더미로 만들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런 폭염이 발생할 확률이 150배 이상 높아졌다고 추정한다.
폭염이 접점 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한 답은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극단적인 고온 현상이 점점 더 흔히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온 상승은 기상 패턴에도 영향을 미친다. 날씨가 따뜻할 때는 돔 형태의 고 기압이 한 지역에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머무르는 일이 흔하다.
열돔이라고도 불리는 이 고기압 현상은 하늘에 머무는 '따뜻한 공기 산'과도 같다. 열돔 아래의 하늘은 대개 화창하고, 따라서 날마다 온종일 햇빛이 쨍쨍 내리쬔다. 또 열돔은 상대적으로 차가운 기단과 폭풍의 접근을 막고 구름과 비의 주된 형성 원인인 대류를 억제한다. 따라서 열돔이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지역 은 점점 더 건조해지고 더워진다.
기후변화는 이 현상에 어떤 영향을 줄까? 기온이 평균보다 높으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열돔 현상이 훨씬 강하게 나타난다. 바로 이것이 기온 상승으로 인한 Global Weirding이다. 지구가 점점 더 따뜻해지면 여러 가지 극한 기상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하고, 더 강력해지고, 더 오래 이어지고, 더 위험하게 진행된다.
3) 온실가스 배출, 지구의 생명체가 병들어 간다
극단적인 고온 현상은 이미 더 잦아졌고, 우리가 온실가스를 대기로 더 많이 뿜어낼수록 훨씬 심해질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1960년에 태어난 사람은 심각한 폭염을 평균적으로 일생에 네 번 겪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설사 우리가 파리 협정에서 정한 1.5도 목표를 달성한다고 해도, 2020년에 태어난 아이는 심각한 폭염을 무려 열여덟 번이나 겪게 될 것이다.
지구 온도가 0.5도씩 상승할 때마다 심각한 폭염의 발생 빈도는 갑절로 늘어난다. 폭염이 잦아지고 더 심각해지면 무엇이 타격을 입을까? 지구 자체는 타격을 입지 않지만 지구에 거주하는 수많은 생명체가 타격을 입는다. 해양에서는 기록상 가장 심각한 해양 폭염 열 건 중 여덟 건이 2010년 이후에 발생했다.
해양 폭염은 다양한 바다 생물의 서식지인 산호초의 백화 현상을 일으키고 조개류와 해양 생물 수십억 마리를 죽이고 북극 해빙을 녹여 북극곰의 먹이 사냥을 어렵게 한다. 육지에서 극단적인 고온은 식물과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생명을 빼앗는다. 때로는 대량사멸을 부른다. 제대로 날지 못하는 어린 새 들이 체온을 낮추려고 둥지에서 뛰어내리기도 한다. 또 극단적인 고온은 산불 발생의 원인이 된다.
2020년 호주를 휩쓴 산불로 약 30억 마리의 동물이 죽거나 서식지를 잃었다. 인간이 야기한 기후변화를 통제하지 않고 내버려 둔다면 2050년 이전에 지구 동식물종의 3분의 1이 멸종할 수도 있다. 우리 인간 역시 이 행성을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생명체다. 우리 역시 위험에 처해 있다. 극단적인 고온은 열 관련 질병 발생과 사망 위험을 높여 우리 신체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해로운 영향을 미쳐 폭력 발생 위험을 높이며 다른 기후 충격과 결합해 정치적 불안정의 위험을 높인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대기 오염으로 이미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1000만 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대기 온도가 상승하면 배기가스를 위험한 오염물질로 전환시키는 화학반응의 속도가 빨라져서 대기 오염 문제가 더욱 심해진다. 폭염은 또한 농작물을 시들게 하고 수원을 고갈시키고 전력 공급 중 단을 야기하고 기간시설을 망가뜨린다.
4)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폭염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주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다. 오염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 살고 있거나 극단 적인 고온에도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큰 타격을 입는다. 가난 때문에 음식과 물을 충분히 구할 수 없거나, 가족이 먹을 작물을 직접 길러야 하는 이들에게 폭염은 더 큰 위협이다. 이들은 대개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나 에어컨을 이용하지 못하고, 설사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 요금이 무서워 충분히 가동하지 못한다.
Global Weirding은 기후변화를 일으킬 만한 행동을 거의 한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주로 타격을 입힌다.
그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IPCC가 밝혔듯이, 지구 온난화와 관련해서는 아주 작은 폭의 기온 상승도 중요하고, 그 어떤 행동도 중요하다.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첫걸음은 아주 간단하다. 행동을 촉진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그리고 변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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