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명이 발달함과 동시에 멸종은 시작되었다
1) 대형동물의 멸종 원인
대형동물의 멸종 원인은 과학계의 논쟁거리다. 그러나 대형동물 멸종이 서로 다른 대륙에서 서로 다른 시기에 일어났으며, 종의 멸종 순서와 인간 정착지가 형성된 순서가 일치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서 그들에게 닥친 불운의 원인은 바로 우리였다. 인간과 대형동물이 조우하는 상황에 대해 모형 연구를 한 사람들은 매머드나 거대한 나무늘보 등의 대형동물들은 워낙 번식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인간의 손에 1년에 한 마리씩만 쓰러진다고 해도 수백 년 만에 멸종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럽인들이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세워가던 15세기 후반부터는 멸종 속도가 빨라졌다.
모리셔스섬에 살던 새 도도는 1598년에 처음으로 네덜란드 선원들의 눈에 띈 종인데 1670년대에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인간의 손에 목숨을 잃기도 했지만 외래종 때문에도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유럽인들이 도착하는 곳마다 배에 숨어들어 따라온 쥐가 퍼져 나갔다.
유럽인들은 고양이, 여우 등의 포식성 동물을 들여오기도 했는데, 많은 종이 이 동물들의 사냥감이 되었다.
1788년, 유럽에서 첫 정착민들이 도착한 이후로 호주에서는 동물 수십 종이 외래종에 밀려 멸종되었다.
큰 귀캥거루쥐도 고양이에 의한 대량학살로 멸종되었고, 이스턴해어왈라비도 고양이 때문에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1800년경 영국인의 이주가 시작된 이후로 뉴질랜드에서는 채텀펭귄, 스티븐스섬굴뚝새, 라이알굴뚝새 등 20여 종의 새가 멸종되었다.
인간이 쓰는 비교적 단순한 도구와 번식력이 강한 몇몇 외래종이 이 모든 멸종을 일으킨 원인이었다.
그다음에 등장한 것이 기계에 의한 살상이었다. 19세기말 펀트건(초대형 엽총)으로 무장한 사냥꾼들이 북아메리카에서 한때 수십억 마리에 이르던 나그네비둘기의 씨를 말렸다.
비슷한 시기에 달리는 기차에서 총을 쏘는 사냥꾼들 때문에 "하늘의 별보다 더 많다"라고 묘사되던 아메리카 들소 역시 거의 멸종위기에 몰렸다.
2) 근대화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
그러나 우리가 가진 가장 위험한 무기는 근대화와 그 충실한 동반자인 후기 자본주의다.
20세기에 인간이 지구에 가하는 충격은 선형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인구와 소비가 전례 없는 규모로 늘어났다.
1945년부터 2000년 사이에 세계 인구는 세 배로 늘었고, 물 사용량은 네 배, 해양 어획량은 일곱 배, 비료 소비량은 열 배로 늘었다. 인구 증가는 대부분 남반구에서 일어났고, 소비 증가는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났다.
이 '거대한 가속'은 지구를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사람들이 새로 시작한 어떤 활동이 이런 변화를 몰고 온 게 아니었다.
이는 사람들이 하는 활동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난 탓이었다.
인간이 농업을 시작하고 1만여 년이 지난 20세기 초에 전 세계 농경지 면적은 약 800만 제곱킬로미터였다.
당시에는 이미 유럽의 드넓은 숲이 대부분 파괴되고 미국에서도 숲과 초원이 거의 훼손된 상태였다.
20세기말에는 전 세계 농경지 면적이 1500만 제곱킬로미터를 넘어섰다.
인간이 지난 1만여 년 동안 농경지로 일군 면적만큼의 땅이 단 100년 사이에 추가로 농경지로 바뀐 것이다.
농경지가 확장되면서 '생물다양성 핵심지역' 목록의 사위에 있는 아마존과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에서 대규모 벌채가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종이 사라졌는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우리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수많은 종이 함께 사라졌을 것이다.
열대우림에서 사라졌다고 알려진 동물 중에는 자바호랑이(현재 멸종)와 스픽스마코앵무(야생에서는 멸종)가 있다.
사람들이 20세기에 처음으로 화석연료를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중국은 청동기시대에 이미 석탄을 썼다).
그러나 20세기는 기후변화 문제가 시작된 시기다. 1900년에 약 450억 톤이던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00년에는 1조 톤으로 껑충 뛰었고 지금은 무려 1조 9000억 톤으로 치솟았다.
우리 시대의 중요한 질문 중 하나, 아니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살아남을 동식물이 얼마나 될까?
3)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구상에서 현재 살아남은 대부분의 생물들은 빙하기를 견뎌내고 살아남았지만
지구의 온도가 점점 더 높아졌을 때에도 살아남을지는 미지수다.
지구의 온도는 수백만 년 전 보다 뜨거워졌다.
홍적세에는 딱정벌레같이 아주 작은 생물도 기후대를 따라 수백 킬로를 이동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이동을 시작한 수많은 종들 앞에는 빙하기 때에는 없었던
도시나 고속도로, 드넓은 콩 재배 농장이라는 거대한 장벽이 놓여 있다.
"생물종이 과거에 보였던 반응에 관한 우리의 지식은 기후변화에 대한 생물종의 미래 반응을 예측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종의 이동성에 전례 없는 규모의 새로운 제약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아예 이동하지 못하는 종도 많이 있다.
2014년 호주 연구자들이 토러스 해협에 있는 고리 모양의 작은 산호섭 브램블케이를 세밀히 탐구했다.
이 섬에는 브램블케이멜로미스라는 고유종 설치류가 있었다.
한때 이 동물은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지역에 사는 유일한 포유류로 꼽혔다.
연구자들이 해수면상승으로 줄어든 블램블케이섬에서 멜로미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한 결과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2019년 호주 정부는 멜로미스의 멸종을 선언했고, 멜로미스의 멸종은 기후변화로 인한 최초의 멸종으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미처 모르고 있을 뿐이지 멜로미스 멸종 이전에도 숱하게 많은 종이 기후변화로 인해 멸종되었을 것이다.
4) 바다의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
산호초 역시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산호초를 이루는 산호는 젤라틴 몸체를 가진 아주 작은 동물이다.
산호가 다채로운 색을 내는 것은 산호의 세포 안에 미세한 조류가 공생하고 있어서다.
수온이 치솟으면 산호와 조류의 공생관계가 깨지고 산호가 조류를 세포 밖으로 밀어내는 탓에 산호는 색을 잃는다.
이것이 산호 백화 현상이다.
공생 조류가 사라지면 산호는 영양을 섭취할 수 없다. 영양 공급 중단이 단기간에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공생 조류가 돌아오면 건강을 되찾을 것이다. 그런데 해수 온도가 점점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서 백화 현상의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지속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2020년 호주의 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산호 서식지 면적은 1995년 수준의 절반으로 줄었다.
2020년 미국 과학자들은 또 다른 연구에서 최근 50년 사이에 카리브해 산호초가 해조류와 해면동물이 주로 자라는 서식지로 변해가고 있다고 발표했다. 2021년에 한 연구는 인도양 서부의 산호초가 "생태계 붕괴로 훼손될 우려가 있다"라고 경고했다. 하계는 산호초가 훼손되면 수백만 종의 생물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지구에서는 지난 5억 년 동안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일어났고, 그때마다 지구상의 종 가운데 약 4분의 3이 자취를 감췄다.
우리는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을 향해가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지금 이 상황은 단 하나의 생물종, 다름 아닌 우리 인간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는 뚜렷한 특징을 지닌다. 과연 우리는 더 늦기 전에 행도에 나서서 대멸종을 막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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