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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북극 온난화와 제트기류

by 자유를 향한 가을하늘 2025. 1. 18.

홍수
홍수

북극 온난화와 제트기류

1) 북극의 온난화

최근 들어 자연에 거의 모든 종류의 극한 기상이 북반구 전역을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 2021년 한 해만 따져도 엄청난 한파가 미국 중남부 지역을 덮쳤고, 대규모 홍수가 독일과 중국, 미국 테네시주를 휩쓸었다. 장기간의 가뭄이 미국 서부와 중동 국가들을 혼란으로 몰아넣었고, 전례 없는 폭염이 태평양 북서부와 튀르키예, 일본, 중동을 뜨겁게 달구었으며, 초강력 허리케인이 멕시코만과 미국 북동부를 강타했다.

 

이외에도 여러 지역에서 갖가지 극한 기상 현상이 발생했다. 기후변화는 때론 간단한 경로를 통해서 때론 복잡한 경로를 통해서 다양한 유형의 극단적인 현상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특히 북극의 기온 상승이 이런 현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북극이 빠른 속도로 따뜻해지면서 예전에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세 유형의 얼음, 즉 바다 얼음(해빙)과 육상 얼음(빙하와 빙상), 그리고 영구동토(1년 내내 얼어 있는 땅)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고위도 지역의 봄철 적설량 역시 빠른 감소세를 보인다. 해빙과 눈 등의 밝고 흰 표면이 줄어들면 우주로 반사되는 태양 에너지양이 줄어든다.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한 태양 에너지는 기후 시스템에 흡수되어 얼음과 눈을 더 많이 녹인다. 흔히 얼음-알베도 되먹임이라고 불리는 이런 악순환은 1990년대 중반 이후로 북극의 기온 상승이 전 지구 평균 기온 상승 속도보다 세 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2) 북극 온난화가 제트기류에 미친 영향

지구 시스템의 핵심 구성요소인 북극에서 일어나는 이런 엄청난 변화는 인근 지역은 물론이고 먼 곳의 날씨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인근 지역에 끼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직접적이다. 북극 지역의 온도가 오르면 여름에는 더 뜨겁고 건조해져서 툰드라 습지 지역에서까지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그런데 아주 멀리 떨어진 남쪽, 수십억 명이 살고 있는 지역의 날씨 패턴과의 연관성은 훨씬 더 복잡하다. 많은 연구자들이 그 답을 찾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연구의 핵심은 북극의 급격한 온난화가 제트기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것이다.

 

제트기류란 북반구를 둘러싼 대기 상층(제트기가 비행하는 고도)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강한 바람의 흐름을 말한다.(제트기류는 남반구에도 존재한다) 제트기류는 중위도 온대 지역(북극과 열대 사이의 중간지대)에서 작동하는 대부분의 기상 시스템을 생성하고 조정한다. 따라서 제트기류의 강도나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인은 결국 온대 지역의 날씨에 영향을 미친다.

3) 제트기류 생성과 극한 기상 현상

제트기류는 차가운 북극 공기가 남쪽의 따뜻한 공기와 충돌할 때 발생하는 대기온도 차이 때문에 생성된다. 이 온도 차이가 크면 제트기류가 강해져서 비교적 곧게 흐른다. 온도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으면 제트기류가 약해져서 남북으로 크게 휘어지면서 파동을 치며 흐르기 쉽다. 이런 파동을 흔히 로스비파(Rosby waves)라고 부른다.

 

북극은 온도 상승이 다른 곳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남쪽과 북쪽의 온도 차이가 점점 작아지고 이 때문에 제트기류의 서풍이 약화되어 파동 모양을 이룰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 북극이 비정상적으로 따뜻할 때는 찬 공기 덩어리가 남쪽으로 이동해 대륙을 덮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따뜻한 북극/찬 대륙' 현상이 나타난다.

 

또 제트기류의 파동이 커지면 서쪽에서 동쪽으로 진행하는 속도가 더 느려지고, 제트기류에 따라 생성되는 기상 패턴 역시 더 느리게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더위나 추위, 건조함, 습함 또는 이슬비 등 우리가 겪는 기상 조건이 점점 더 오래 지속된다. 하지만 이것은 이론일 뿐이고, 이 이론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대기는 복잡하게 움직이는 구성요소이며. 기후 시스템 안에서는 대기 변화뿐 아니라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해수 온도 변화와 강력해진 열대성 뇌우 역시 제트기류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연구는 북반구 제트기류의 파동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밝혀냈다. 그러나 어떤 요인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밝혀내기란 쉽지 않다. 지역과 계절, 자연적인 기후 현상(열대 태평양에 엘니뇨나 라니냐 현상이 있는지 등)에 따라 다양한 진단이 나올 수 있다. 북극의 급속한 온난화와 온대 지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극한 기상 현상 사이의 연관성은 2012년 이후 연구들로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겨울 날씨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연구들이 '따뜻한 북극/찬 대륙'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들을 밝혀내고 있다.

 

늦가을에 러시아 북서부의 바렌츠해와 카라해의 해빙이 크게 줄어들면 늦겨울에 중앙아시아와 북아메리카에 강력한 한파가 닥칠 수 있다. 북극의 온난화가 시베리아 상공의 북풍을 강화하는 탓에 시베리아에는 강설과 한파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다. 이렇게 시베리아 북부에서 따뜻한 바다와 찬 공기가 만나면 그 지역 상공의 로스비파를 증폭시켜서, 늘 북극 대기 상층에 머무는 강력한 찬 공기 덩어리(성층권 극소용돌이)의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

 

이 제트기류의 파동이 강력한 힘을 가진 채 오래 지속되면, 뭉쳐 있던 찬 공기 덩어리가 흩어지면서 북반구 여러 대륙에 겨울철 극한 기상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2월 미국 중남부 여러 주에서는 성층권 극소용돌이가 무너진 탓에 더 강해진 한파가 더 오래 지속되면서 큰 혼란이 발생했다.

 

극심한 한파가 이례적으로 남쪽 멀리까지 내려가서 장기간의 혹한을 경험한 적이 없는 무방비 상태의 지역들을 뒤덮어 약 1000만 명이 전력 공급 중단 사태와 1200만 명이 수도관 동파 사태를 겪었다. 텍사스주 밀러스의 기온은 2월 평균 최저기온보다 24도 낮은 영하 19도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4) 제트기류의 분기로 인한 피해

최근 들어 여름철에 자주 발생하는 극심한 폭염과 산불, 가뭄, 폭우를 일으키는 요인과 그 연관성을 밝히는 새로운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런 극한기상은 제트기류가 둘로 갈라져 한 줄기는 대륙 중앙을 가로지르고 다른 한 줄기는 북극 해안을 끼고 흐를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제트기류의 이런 분기는 봄철 고위도 지역에 쌓인 눈이 예년보다 일찍 녹을 때 흔히 발생하는데 이는 최근 수십 년 동안 관찰을 통해 확인된 강력한 추세다.

 

고위도 지역에서 눈이 일찍 사라지면 토양이 드러나 더 빨리 건조해지고 따뜻해져서 온도가 비 정상적으로 높은 띠 모양의 지대가 형성된다. 이 고온지대는 제트기류가 분기 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만든다. 로스비파가 제트기류의 갈라진 두 줄기 사이에 갇히면, 기상 조건이 정체되어 폭염과 건기, 우기가 장기화되는 등 여름철 극한기상이 이어질 수 있다. 2003년~2018년 사이에 일어난 폭염으로 수천명의 목숨을 빼앗아갔다.

 

이것은 극한 기상으로 인한 제트기류의 분기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한다. 2010년 파키스탄 대홍수, 2018년 일본 대홍수 등 장기간의 홍수로 심각한 피해를 낳은 사건들 역시 제트기류 분기와 관련이 있다. 지구 온도가 계속 상승하면 이런 기상 조건의 발생 빈도가 잦아질 것임을 시사하는 여러 가지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기후 시스템의 다양한 영역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고 있기 때문에, 북극과 중위도 지역이 이처럼 밀접하게 연결되는 현상이 해마다 거르지 않고 발생하거나 같은 지역에서 또는 같은 계절에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파국적인 기상 사건은 앞으로 더 자주, 더 큰 규모로 발생해 기반시설과 생태계를, 그리고 일상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한계 너머로 몰아붙일 것이다. 이 곤경에서 빠져나갈 탈출구가 어디에 있는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우리가 당장 열을 가둬두는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농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리고 그 노력의 효과가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나타난다면, 극한 기상이 최악의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기후가 안정될 때까지, 또 안정된 다음에도 갈수록 심해져 갈 극한 기상의 충격에 대한 대비책을 갖추어야 한다. 1분 1초도 지체하지 말고 서둘러야 한다.